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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슬픈 우리들의 연인

by dire 2022. 5. 3.

제작일지

개봉 1990년 12월 22일

장르 드라마, 로맨스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외

 

슬픈 우리들의 연인을 추억하며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자유를 찾아 떠도는 아비(장국영). 그는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소여진(장만옥)이 일하는 매표소에 가곤 한다. 어느 날 아비는 소여진에게 자신의 시계를 가리키며 4월 16일 오후 3시 1분 전, 이 시간은 두 사람에게 영원히 기억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그 이후로 특별한 사이가 되고 수리진은 아비를 사랑하게 된다. 소여진은 아비를 가족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하지만 아비는 진지한 관계를 거부한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점점 멀어지며 차가워져 가는 아비. 결국 그녀는 아비를 떠나고 만다. 

 

 어머니를 괴롭히는 남자를 혼내주고 그곳에서 루루를 만난 아비. 루루는 아비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아비 역시 그런 그녀를 밀어내지 않는다. 두 사람은 하룻밤을 보내고 루루가 가고 나자 아비는 발 없는 새에 대해 생각한다. 얼마 후 소여진은 비 오는 날 아비의 집 앞에서 그를 기다린다. 그런 그녀 앞에 경찰의 도움으로 마침내 아비를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냉정한 아비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 소여진의 모습을 본 루루는 아비와의 헤어짐을 두려워 하지만 아비를 떠나지는 않는다. 

 소여진은 실연의 아픔으로 매일 아비의 집을 찾고 자신을 도와준 경관에게 마음을 털어놓으며 슬픔을 드러낸다. 경관은 그녀에게 언제나 대화 상대가 필요하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한다. 그 후 경관은 전화부스 앞에서 소여진의 전화를 기다리게 된다.

 

 아비는 양어머니로부터 친어머니의 소식을 듣게 되고 결국 친엄마를 찾아 필리핀으로 떠난다. 루루는 아비를 찾아 헤매지만 찾을 수 없어 절망하게 된다. 그리고 아비는 친엄마를 찾아가지만 만날 수 없었고 점점 자기 자신을 망가트리며 살아간다. 우연히 새벽에 길에 쓰러져 있는 아비를 발견한 사람은 예전의 그 경관이었다. 이 두 사람의 짧은 만남 후에 아비는 위조 여권을 구하다 소동이 벌어지고 기차를 타고 도망가다 누군가에게 총에 맞게 된다. 

 

 어는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던 아비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마치 다리 없는 새가 땅에 내려와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듯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나고 만다. 

 

왕가위의 영원한 페르소나 장국영

 영화 <아비정전>이 개봉하던 1990년대 우리나라에는 홍콩 누아르 영화가 크게 유행하고 있던 시기이다. 사람들은 장국영, 유덕화, 장학우, 양조위라는 당내 홍콩스타들이 모두 출연하는 <아비정전>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영웅본색>류의 엄청난 영화일 거라고 짐작하고 영화를 감상한 이들은 머리가 멍 해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의 포스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 전개에 다소 황당해했고, 일부 팬들은 상영극장의 유리창을 깰 정도로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 정도로 <아비정전>은 그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장르의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다. 예상대로 영화는 참패했고 소수의 마니아층만 형성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 갔다. 

 

 하지만 그 후 2010년에 홍콩영화 비평가 협회를 통해 역대 홍콩영화 순위 1위로 선정되면서 새롭게 재조명되었다. 특히 영화 속 아비가 음악에 맞춰 추던 맘보춤은 지금까지도 수없이 오마쥬 되고 있다. 그리고 왕가위 감독은 장국영이란 배우를 가장 편한 배우라고 할 정도로 장국영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처럼 장국영이 <아비정전>을 통해 보여준 아비라는 인물은 배우 본인에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이며 아끼는 역할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장국영 본인 스스로의 성장 배경 속에서 형상화된 것일 수 있다고 보인다. 영국 유학시절의 외로움이 바로 그 바탕이 아닐까 싶다.

 

 <아비정전> 속에 등장하는 배우 장국영, 유덕화, 양조위, 장만옥의 모습은 지금 다시 보아도 참 '젊고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월이 흐른 뒤 현실 속의 우리는 늙어가고 있지만 영화 속 그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이 점이 바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아비정전>을 보면서 그 시절 우리가 가졌던 꿈을 생각하게 되고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 그때의 젊음을 그리워할 수 있는 향수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비정전>을 통해 치열하게 살았고 절실하게 누군가를 사랑하던 우리들의 기억을 한 번쯤 툭 꺼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는 말로 영화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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